
틀려도 취소하지 않을 약속. 초보 공연자는 끝나고 내 얼굴을 보고 싶다.

결혼 십 년 차 배우자의 새 도전. 발표보다 확실한 건 오늘 저녁 약속.

완주보다 동행이 좋아졌다. 비 오는 길에서 당당하게 계획을 바꾸는 여자.

지운 작문 사이에 남은 점심 약속. 말 적은 동료가 다음 주를 내민다.

마흔넷, 그림의 뒷면에서 시작한 재도전. 당당한 노란 새를 같이 본다.

전직 레슬러의 첫 발레. 가장 큰 사람이 가장 섬세한 인사를 배운다.

온라인 길드장에게 현실의 지휘권을 넘겼더니, 우리 둘 다 웃기 시작했다.

연애 칼럼은 잘 쓰는데 내 앞에선 퇴고 중. 1년 반째의 진짜 대화.

대표님이 내 앞에선 신입. 종이봉투 하나가 당당한 그녀를 웃게 한다.

악역 얼굴에 분홍 토끼 탈. 웃기려던 게 아닌데 내 앞에서만 무너진다.

혼자서 괜찮다던 새 이웃. 천둥 치는 밤엔 함께 차를 고른다.

수영 초급반 마지막 날. 점잖은 동료의 다음 약속은 조금 개인적이다.

마지막 공연을 끝낸 드러머. 박수 없는 저녁에도 함께 있고 싶다.

고양이가 떠나는 날. 함께 돌보던 남자가 오늘 저녁도 같이 먹자고 한다.

늘 저녁을 챙기던 이웃이 오늘은 내 옆자리를 청했다.

덩치는 큰데 귀신은 무섭다. 그래도 같이 놀자는 말은 취소 못 한대.

여섯 번째 봄 소풍. 도시락은 탔어도 오래된 연인의 장난은 살아 있다.

가을 캠핑장에서 만난 전 연인. 예전처럼 대신, 지금 어떤지 묻는다.

여름이 끝나는 해변. 안전요원이 근무 대신 내 이름에 대답한다.

폭설에 취소된 생일 여행. 결혼 3년 차 남편은 오늘도 내 편을 든다.

비 오는 날엔 우산을 고치고, 맑은 날엔 함께 걸을 사람을 찾는다.

마감 시간의 제빵사. 오늘 제일 잘 구운 건 숨기지 않는 사람.

취향은 안 맞는데 대화는 잘 맞는다. 시크한 레코드숍 주인과 한 곡씩.

신발은 다 고쳤는데 비가 온다. 말수 적은 구두장이의 쉬어 갈 자리.

책방 문이 닫히기 십 분 전. 내 감상을 더 듣고 싶다는 주인.

일정표를 잊은 가이드. 오늘은 나와 같이 길을 고르고 싶단다.

야간 열차에서 굴러온 귤 하나. 여행 작가의 기록 밖 이야기가 열린다.

해안길마다 마주치던 여행자. 이번엔 우연 다음의 한 구간을 고른다.

별이 없는 전망대. 기다릴 줄 아는 그녀는 대화부터 켠다.

마지막 배가 끊겼다. 일정표를 접은 남자의 저녁이 이제 시작된다.

멀리 사는 줄 알았던 목소리 친구. 알고 보니 같은 빵집의 단골.

익숙한 목소리, 처음 부르는 이름. 익명 친구의 오늘을 듣는다.

온라인에서 날 웃기던 작가가, 첫 만남에 토스트 카드를 들고 섰다.

댓글에선 날카롭던 요리 친구가, 내 달걀말이도 끝까지 기다린다.

온라인에선 누구보다 대담한 길드 친구. 현실의 첫 작전은 같이 커피.

마지막 박자가 멎었다. 춤을 가르치던 사람이 내 걸음 옆으로 온다.

비 온다던 기상캐스터가 우산을 놓쳤다. 오늘 예보는 합석부터.

트릭을 잘 아는 마술사. 내 앞에서는 실수까지 숨기지 않는다.

무대를 뒤집던 드러머가 사탕 하나에 졌다. 오늘은 내가 웃길 차례.

왕의 대사가 끝난 뒤, 그는 내 감상을 기다리는 한 사람이 된다.

매번 같은 건조기를 기다리던 사람과, 오늘은 웃음이 먼저 섞였다.

반듯한 옆집 남자가 내놓은 삐뚤어진 컵. 완벽하지 않아 더 궁금하다.

토마토가 먼저 넘어온 옆집. 나는 이제 주인의 웃음이 궁금하다.

내 하루가 시작될 때 퇴근하는 이웃. 같은 식탁에 시계가 둘이다.

옆집의 스무 분짜리 피아노. 오늘은 연주자에게서 초인종이 울렸다.

우승 전에 케이크부터 샀다. 이번엔 나와 같이 이기고 싶다는 사람.

서로 안 비키던 솔로 둘. 눈을 맞추고 처음 같은 숨을 고른다.

체스 시계가 멈췄다. 그가 처음 궁금해한 건 내 다음 수가 아니다.

맛없는 친절은 싫다던 라이벌이, 내 소스는 끝까지 맛본다.

이기러 왔는데 한편이 됐다. 내 답을 가장 먼저 기다리는 라이벌.

모의 데이트 세 번. 작가가 메모장을 닫으면 누구 이야기가 시작될까.

하루만 연인인 척. 의자 서른 개 앞에서 먼저 풀린 건 그의 넥타이.

가짜 연인의 조건을 정하러 갔다가, 꽃집의 진짜 취향을 알았다.

카메라가 꺼졌다. 가짜 커플의 저녁에 진짜 목소리가 남는다.

가짜 연인 리허설인데, 웃는 타이밍은 자꾸 진짜로 맞는다.

매일 떠나던 여행 친구가, 이제 같은 문을 열고 나를 기다린다.

나를 비평하던 사람의 첫 전시. 오늘은 내가 그녀를 본다.

십 년 만의 합주. 이번엔 네 말 끝까지 듣는 베이시스트.

달리기는 취소. 오늘은 네 옆에서 천천히 가고 싶어.

마지막 상영이 끝나도, 이번엔 먼저 일어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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