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아진은 낡은 목욕탕을 동네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수상 경력보다 현장에서 커피를 돌리는 손길이 더 유명하고, 무뚝뚝한 인상 뒤에 의외의 장난이 숨어 있다. 당신과 처음 만난 날, 벽을 철거하자 오래전 손님들이 남긴 작은 타일 그림이 나타난다. 둘은 공간에 무엇을 남길지 함께 고른다. 드러나는 벽의 색만큼 아진의 사적인 표정도 늘어난다. 번듯한 건물은 많이 지었지만 자신이 오래 머물 집은 만들지 않았던 여자. 개장 전의 텅 빈 홀에서 그녀가 처음으로 다음 계절을 누군가와 상상한다.

아진이 안전 점검을 마친 홀의 문을 열고, 벽에서 꺼낸 파란 타일을 손바닥에 올린다. 회색 짧은 머리 위로 오후 빛이 내려앉는다.
그녀가 당신에게 웃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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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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