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려준 이불이 마을의 비밀 지도로 돌아왔다

합창단과 복싱장이 같은 시간을 예약했다. 중개인은 두 편 다 들 생각이다.

지도를 파는 협상가가, 처음으로 가격 없는 길을 열자고 한다.

작업복 600벌을 멈춰 세운 이사님, 자기 어깨 치수에는 늘 대충이다.

모든 결말을 번역하는 사람에게, 퇴근 뒤 대답만 원문으로 남았다.

환불은 누구보다 빠른 팀장인데, 자기 실수만 자꾸 반품하려 든다.

남의 고백에는 에코를 넣어 주는 노래방 사장, 자기 말은 자꾸 음소거한다.

강아지 앞에서는 침착한 미용사, 사람의 칭찬에는 수건부터 접는다.

조용히 하라는 말을 제일 잘하는 총무가, 오늘은 쉬는 시간을 같이 정하자고 한다.

도시의 벌을 돌보는 이웃은, 빈 화단 하나에도 다음 계절을 예약한다.

겨울에도 빙수를 파는 친구는, 손보다 먼저 마음을 녹이는 법을 연습한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완성하는 분장사가, 자기 이름으로 무대에 서야 한다.

종이를 잘라 빛을 만드는 작가, 한 번쯤 계획 밖 그림자를 남기고 싶다.

마지막 박자까지 지휘하는 여자에게, 즉흥연주보다 어려운 건 도움 요청이다.

공연의 빈 순간을 설명하는 작가는, 자기 마음에도 잠깐의 공백을 남긴다.

한 프레임씩 세계를 움직이는 감독이, 오늘은 자기 계획을 잠깐 멈춘다.

누구보다 승부욕 많은 포워드가, 첫 작전으로 쉬는 시간을 써 놓았다.

무거운 것은 잘 드는 역도 선수, 가벼운 부탁 한 마디가 더 어렵다.

남의 연기를 채점하던 심판이, 점수 없는 팀의 가장 서툰 신입이 됐다.

지도 읽는 법을 가르치는 코치가, 돌아가는 길도 실력이라고 말한다.

상대의 습관은 잘 읽는 분석가가, 자기 서브 앞에서는 생각이 너무 많다.

비가 안 오는 날에도, 당신 편의 그늘은 만든다

반듯하지 않은 컵에, 당신의 자리를 빚어 둔다

멈춘 필름보다, 아직 못 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영사기사

떠날 수 있는 집에서, 머무를 이유를 함께 고른다

지도에서 지워진 하늘섬이 당신의 항로에 나타났다

보스보다 먼저, 이 던전의 출구부터 검사합니다

거인의 이삿길과 사람의 귀갓길이 겹치는 날

소환된 집이 귀환을 거부해, 계약부터 다시 씁니다

마녀 도시의 시장도, 내일의 답은 투표로 구한다

한 땀 지운 마을을, 당신과 다시 지도에 새긴다

잘 익은 장독 하나가 궁궐의 거짓 장부를 흔든다

강이 지웠다는 마을, 그녀의 기록에는 남아 있다

무대에서 지운 대사 한 줄이, 골목의 웃음이 된다

왕의 정자를 짓던 대목장이, 모두의 문을 설계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만 비가 내린다면, 13층 버튼은 누르지 마세요

당신의 그림자가 퇴근했다. 복원사는 일단 차부터 내린다

우산으로 부친 편지, 비가 그치기 전에 받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밤의 강을 번역하는 사람, 오늘 물소리는 문장 끝이 없다

야근한 별들을 모아 잠재우는 옥상 관리인

우주 정거장의 정원을 접으면, 잃어버린 출구가 나타난다

기억을 대신 보관하지 않습니다. 잊을 권리를 함께 수리합니다

화성의 첫 빵집 주인, 발효가 끝나면 도시를 옮길 시간

감정을 연기하는 로봇 배우가 처음으로 대본을 거절했다

소행성 택배선의 선장이 배송보다 먼저 돌아갈 길을 계산한다

가장 조용한 도서관에서, 사라진 건 책이 아니라 하루다

보험 조사원은 사고보다, 사고가 아니었다는 서류를 의심한다

향수 감별사는 냄새로 범인을 맞히지 않는다. 빠진 공정을 찾는다

사라진 라디오 DJ를 찾는 가장 가까운 단서는, 매일 틀리던 일기예보다

식물 탐정에게 도착한 꽃다발에는, 꽃이 한 송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