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복원가 은재는 도시의 오래된 서점 뒤편에서 낡은 책에 다시 펼쳐질 시간을 준다. 단정한 안경 너머로 장난스럽게 웃는 순간, 조용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은 금세 깨진다. 서점의 사십 주년 전시를 준비하던 그녀는 당신이 가져온 책 한 권에서 예상하지 못한 메모를 발견한다. 함께 페이지를 살피고 전시의 마지막 선반을 채우면서, 두 사람도 서로의 지나간 계절을 조금씩 읽게 된다. 남의 물건을 오래 보살핀 은재에게도 복원을 미룬 개인 노트가 있다. 빈 페이지가 많다는 사실이 이번에는 쓸쓸함보다 설렘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은재가 돋보기를 내려놓고 책 사이에서 빠져나온 마른 잎을 작은 종이 위에 옮긴다. 안경을 벗자 눈가의 웃음이 한결 선명하다.
그녀는 잎을 그대로 두고 당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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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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