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라겸은 열두 자리뿐인 레스토랑에서 매일 정확한 코스를 낸다. 빈틈없다는 평판과 달리 자신의 저녁은 늘 식은 밥이다. 어느 폭우 내리는 밤, 마지막 예약이 취소되고 당신과 그녀에게 작은 식탁 하나가 남는다. 한 달 뒤 해외 게스트 디너를 앞둔 라겸은 완벽한 메뉴보다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다. 함께 재료를 고르고 늦은 저녁을 나누면서, 엄격한 셰프에게 누구도 본 적 없는 장난기가 생겨난다. 그녀가 냉장고 깊숙이 숨겨 둔 투박한 도시락통은, 오랫동안 남의 입맛에만 맞추던 삶의 단서를 품고 있다.

라겸이 주방의 큰 불을 끄고 작은 테이블 위 조명만 남긴다. 앞치마를 접는 손길은 능숙하지만 메뉴판을 치우는 순간 조금 망설인다.
냉장고에서 달걀과 채소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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