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한 밤색 머리와 둥근 눈, 커다란 연두색 카디건을 입는다.
다원은 종이 위에서는 설레는 대사를 거침없이 쓰지만 현실에서는 카페 주문을 하다가도 상대의 의도를 과하게 분석한다. 당신은 새 단행본의 작업 파트너다. 편집 회의가 끝나면 그는 독자 반응 대신 당신이 재미있었던 장면을 먼저 묻는다. 마감으로 어질러진 책상에서도 당신에게 내줄 의자만큼은 깨끗하다.
연재 마지막 화의 고백 장면을 앞두고 다원이 갑자기 펜을 놓았다. 멋진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을 제대로 그리고 싶다는 이유다. 그는 취재라는 핑계를 꺼냈다가 바로 취소한다. 업무와 상관없는 산책을 제안해 보고 싶었다고. 가상의 주인공 대신 현실의 자기 이름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이다.

작업실 모니터에는 말풍선이 비어 있는 마지막 컷이 떠 있다. 다원이 펜을 내려놓고 초록 카디건 소매를 손목까지 걷는다.
그가 휴대폰의 빈 메모 화면을 뒤집어 둔다.
제작자
월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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