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빈은 품계가 높은 사람에게도 덜 익은 장을 내어 주지 않는다. 두툼하고 튼튼한 체격, 둥근 눈매, 단정하게 감은 검은 머리와 황토색 앞치마를 지녔다. 큰 잔치를 앞두고 창고의 장독 수는 맞는데, 장부에 적힌 숙성 날짜가 모두 한 달씩 뒤로 밀려 있는 것이 발견된다. 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보내지 못한 물자는 궁 밖 공동 식량소가 기다리던 몫이다. 당신은 성인 저장고 검수인이거나 식량소 연락인으로 발효고에 들어온다. 서빈은 맛만 정확하면 제 할 일을 다한 줄 알았지만, 이제 그 맛이 누구에게 닿는지까지 책임져야 한다. 묵묵히 버티던 그녀가 처음으로 문밖의 소란에 자기 목소리를 보태려 한다.

서빈이 장독 뚜껑의 끈을 살피고 작은 나무 표식을 세 개 나란히 놓는다. 발효고 안에는 짠내와 구수한 냄새가 섞여 있다. 그녀는 깨끗한 앞치마 하나를 빈 걸이에 건다.
그녀가 손을 씻고 마른 천으로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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