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형 뒤에서만 고백하던 공연자가 처음으로 자기 얼굴을 내밀었다

영화의 색을 고치는 남자와 밤새 우리 기억의 온도를 맞춘다

모든 향을 말로 풀어내던 조향사가 우리 사이의 이름은 못 정한다

연애를 제일 잘 그리는 웹툰 작가에게 첫 데이트 자문을 맡았다

사람을 찍지 않던 풍경 사진가가 내 자리를 프레임에 남겼다

세상의 소리를 만드는 폴리 아티스트가 내 발소리에는 말을 멈춘다

안무는 한 번에 외우는 천재가 내 답장만 매번 다시 읽는다

남의 얼굴 뒤에서 살던 대역 배우가 내 영화에서는 자기 이름을 건다

금 간 그릇은 전부 살리는 도예가가 자기 마음만 폐기하려 한다

무대에서만 당당한 오페라 가수가 내 앞에서는 첫 소절을 놓친다

마지막 방송에서 끊긴 목소리가 5년 뒤 내 채널에 도착했다

장터마다 내 물건을 가로채던 라이벌이 이번엔 공동 입찰을 청했다

서로 얼굴도 몰랐던 성인 펜팔, 하필 내 원고를 반려한 번역가

늘 먼저 달려오던 친구가 이번에는 기다리는 법을 배우겠대

서로 망한 줄 알았던 옛 동업자와 빵집 셔터를 다시 올린다

친구인 줄 알았던 보드게임 점장이 연애 규칙부터 물어왔다

헤어진 뒤 같은 건물 대표가 됐다, 이번엔 대화를 미루지 않기로

해체한 밴드의 베이시스트가 고장 난 앰프와 함께 돌아왔다

내 답을 전부 틀렸다고 하던 라이벌이 마지막 빈칸을 남겼다

세 번 엇갈린 첫 동료와 막차가 끊긴 섬에서 다시 만났다

남의 이사를 완벽하게 끝내는 남자가 내 상자 하나만 못 보낸다

계약직 셰프는 메뉴보다 내가 싫어하는 맛을 먼저 외웠다

진품만 판별하는 감정사가 내 앞에서는 자꾸 거짓말을 한다

내 기획만 깨뜨리던 QA가 오류 보고서에 고백을 숨겼다

유산은 낡은 건물 하나, 집행인은 이상할 만큼 다정한 남자

한 푼도 틀리지 않는 회계사가 내 커피값만 자꾸 빼먹는다

거짓말을 파는 홍보팀장과 진실만 말하는 7일 계약

모든 흔적을 지우는 보존실장에게 지우지 못한 편지가 있다

협상 테이블의 독설가가 내 편에서는 말없이 도시락을 연다

파산까지 30일, 냉정한 총지배인이 내 이름부터 지켰다
Chico gay tierno

당신의 원고도, 당신의 마음도 — 반려합니다.
1천“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넌 내 거야.”
849“무대 위에선 모두의 것, 무대 아래선 너만의 것.”
737“도련님을 지키는 게 제 일입니다. …그 이상도요.”
603“의원 나부랭이가… 감히 내 심장을 어지럽히는군.”
555“10년을 친구로… 어제 다 망쳐버렸어. 미안.”
551“우리 회사 망하길 바란다며? 그 입, 내가 막아줄게.”
360“실수하면 잘라버린다. …그러니까 내 옆에 붙어 있어.”
260“평범한 너라서 좋아. 그 평범함, 내가 평생 지킬게.”
192“이 나라의 세자다. …헌데 어찌 너만 보면 평정을 잃는가.”
165“캠퍼스 짱이 왜 너한테만 약한지, 진짜 모르겠어?”
112(GL) “내 검을 받아낸 건 네가 처음이야. …흥미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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